부분과 전체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 ER)는 세포 가운데 있는 큰 핵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거기서 뻗어나온 그물망 같은 지질막이 세포 내부 전체를 복잡하게 덮고있는, 세포 내에서 몸집이 가장 큰 세포소기관입니다. 큰 덩치에 비해 이 소기관은 외롭고 위태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세포 내 여러 복제품을 가지는 미토콘드리아, 라이소좀과 같은 다른 소기관들과 달리, 소포체는 지질막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어 외형적으로 세포내 하나로만 존재하는 소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네트워크 망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예를 들어, 소포체 막 내부의 안정적 물질 수송과 빠른 생화학 반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소포체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발생 했을 때 그것이 곧바로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점 역시 될 수 있습니다. 삼국지 적벽대전의 연환계가 좋은 비유가 될 것 같습니다. 진핵세포는 이 소포체라는 소기관을 발명/진화 시키는 과정 중, 이 "부분과 전체"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궁리를 했을까, 비록 소포체가 하나의 큰 덩어리 소기관으로만 보이지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생화학/물리학적 공간 분획화 전략이 내재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러한 분획화는 소포체의 다양한 기능이 어떻게 공간적으로 분담되는지에 대한 질문과 관련 있을까. 소기관 내 형태학적으로 구분되는 부분을 현미경 아래에서 빛을 통해 표지하여 그곳의 특수한 지질 및 단백질 정보를 국소적으로 읽어내는 툴을 개발할 수 있을까, 등에 저의 연구실은 관심이 있습니다.  


패스워드: 서브도메인, 외핵막, 세포골격, 막지질 꼬리, 산화 지질

옷감, 수선

어떤 옷감으로 옷을 만들었냐에 따라 신축성, 보온성, 통풍성과 같은 그 옷의 기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한편, 옷이 헤지거나 오염물질로 인해 변색되었을 때도, 어떤 옷감이냐에 따라 수리가 쉽거나, 더 비용이 드는 특수 세탁이 필요한 상황과 같이 수리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포 소기관은 지질막으로 쌓여있음으로써 형태와 모양을 유지하고 안과 밖의 경계를 만드는데, 이 막을 이루는 개별 막지질들(즉, 옷감)의 종류와 물리/화학적 특성은 세포 소기관 별로 상이합니다. 막지질은 일반적으로 친수성을 띠는 머리와 소수성을 띠는 꼬리로 구성되어 있고, 머리와 꼬리의 방향성을 가진 상태로 이들이 일렬로 나란히 쌓여 지질막을 형성합니다. 막지질의 머리와 꼬리가 어떤 화학적 특성이냐에 따라 막이 촘촘하게 쌓이거나 느슨하게 형성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진핵세포 외막이 밀도가 높고 단단한 두꺼운 지질막으로 되어 있다면, 소포체의 지질막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유연하고 얇으며 점성이 낮은 물리적 특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지질막의 물리화학적 특성은 막에 존재하는 막단백질의 접힘이나 클러스터링 등 이온 채널, 전사인자, 리셉터 등과 같은 막단백질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각 소기관 막지질 구성의 특성은 해당 소기관의 세포 내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소포체 지질막의 화학적 구성 및 특성이 세포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질막의 손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어떤 적응 변화를 보이는 지를, 특히 막지질 꼬리(지방산)의 대사 관점에서 연구하고자 합니다.  


패스워드: 지질대사, 철, 산화, 노화, 형태

내부 설계

바퀴달린 탈 것에는 기차, 탱크, 덤프트럭, 포크레인, 오토바이, 킥보드 등 다양합니다. 모두 사람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들은 별도의 다른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기 적합하도록 설계(분화)되었기 때문에, 외형은 제각각입니다. 이러한 외형 변화에는 반드시 내부 디자인의 변화도 함께 수반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탱크와 승용차 내부를 각각 디자인 한다면 운전자석 시트, 핸들, 엔진과 연료주입구, 가스 배관 등이 모두 서로 다르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수정란에서 출발해 분화하고 발생하는 다세포 생물의 진핵세포에게도 똑같은 고민 거리입니다. 줄기세포가 몸에서 각각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외형적으로 매우 다른 신경세포, 근육세포, 지방세포 등으로 분화할 때, 이들 세포 내부의 소기관들은 크기, 형태, 위치, 그리고 갯수 면에서 어떠한 리모델링을 거칠까, 이러한 소기관의 적응/변화는 분화된 세포가 특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떻게 중요할까, 이러한 세포소기관의 역동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사람의 질병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 질문들에 우리 연구실은 관심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세포소기관에 대한 중요한 발견들은 그동안 현미경 관찰이 용이한 제한된 몇개의 상피 세포, 섬유아세포 모델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직/개체 발생학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반응연구도 많은 부분에서 전사 및 유전자 발현 조절, 단백체 및 대사체 분석 등에 집중되어 온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많은 현상들이 지질막을 기반으로한 세포소기관을 통해 일어나는 것임을 상기할 때, 세포소기관 생물학과 분화발생학 사이에 큰 지식의 괴리가 존재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세포 내부 소기관들의 설계가 어떻게 다이내믹하게 변화/조절되는 지를 조직의 분화 (특히, 골근육)와 스트레스 반응 (특히, 노화)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합니다.   


패스워드: 한지붕세가족, 서브도메인, 지질대사, 철, 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