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질문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

학생 때 면역학 강의를 들으면서 접하게 된 예일대의 루슬란 메디치토프 면역학자는 닮고 싶은 과학자였다. 그가 어떻게 제인웨이를 만났고, 함께 선천성 면역과 적응 면역의 관계를 연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인터뷰는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연구가 개념적이고 단순한 직관적 가설을 바탕으로 출발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함에 이르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다. 많은 관찰 사실과 학계의  보고 속에서 공통된 본질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이해하고, 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지식을 머리속에서 치우는 일련의 지속된 청소 작업을 하고 나서야, 겨우 머리 속에 하나의 중요한 질문만을 남길 수 있는 거 같아서다. 멋진 질문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한 복잡하고 아름다운 편집작업이라 생각한다. (2016, 봄)


아래 원문은 예전에 위 루슬란 메디치토브 학자가 셀 지에 짧게 투고했던 글이다. 여러번 읽어도 개인적으로 울림이 컸던 글귀라 아래 첨부해본다.


Build Connections, Ruslan Medzhitov, Yale University, Cell 165, May 5, 2016


Biological sciences fall into two broad categories: First, there are ‘‘basal’’ disciplines, including evolutionary biology, genetics, biochemistry, and molecular cell biology. They use universal terminology and focus on problems fundamental to all of biology. Then there are specialized fields, like immunology, neurobiology, microbiology, and physiology. A typical immunologist, neuroscientist, and microbiologist has only a vague idea about what’s going on in each other’s fields, nor would they understand it if it were described by a typical representative of these fields. As these specialized disciplines progress along their independent paths, they get more and more fragmented and insulated because they each develop their own scientific jargon that makes their science impenetrable to researchers in other fields, let alone lay audience. The resulting relation between scientific disciplines does not reflect the connections between their subject matter, resulting ultimately in an unnatural alignment of the scientists with the problems they study. The problem is intensified by the increasing trend of new generations of scientists to specialize early in their careers, focusing on applications of the latest technologies at the expense of developing deep intuitions necessary to see common biological principles across multiple disciplines. Consequently, the explosion of data comes with ‘‘implosion’’ of understanding.

씨앗의 궁리

“천천히 떨어지기 위해 과실이나 씨앗들은 여러 가지 궁리를 했다”.


어느 식물학자가 쓴 에세이의 위 문장은 지난 일 년동안 내가 읽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였다. 만약 이 문장이 뒤에 이어질 내용과 함께, ‘이러한 모양의 특징들이 과실이나 씨앗을 천천히 떨어지게 한다.’ 라고만 쓰여졌다면 아쉬운 문장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앞의 문장은 사십 억년의 긴 시간 동안 생명체가 오늘 날까지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해 어떤 진화적 발명들을 해왔을지, 그것들을 또 위기마다 어떻게 변모시켜왔는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 지에 대한 질문들을 모두 함의하고 있다. 반면 후자의 문장은 생물의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기능생물학적 관점만을 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조금 덜 재미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기능생물학적 관점의 연구는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빠르게 응용할 수 있는 지식적 기반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 다만, 본인은 생물학이 역사학이라고 생각한다-즉, 생물에게 탑재된 생존 장치는 이미 과거에 일어난 분명한 사실이며 그걸 우리는 추적해 내어 밝히는 과정에 놓인다-이런 면에서 공학과는 다르다. 그래서 각 생물 종들이 어떤 창의적 발명들을 통해 지금껏 번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 흔적들을 찾아내는 일, 앞으로 연구자로 성장 해 나가는 과정에서 본인이 계속 견지하고 싶은 자세다. (2016, 봄)

센소라마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그 장면과 똑같은 주변 상황을 느끼기 위해 바람과, 향기와, 열기와, 덜컹임, 촉감까지 느끼게 해준다면 이런 걸 센소라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어디서 주워 들은 용어다. 이런 것들은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지만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센소라마는 더 확실한 것이다.

 

화창한 햇살과 봄바람이 어우러지는 오후 두시, 아껴 읽는 소설책 들고 왕벚나무와 느티나무가 가로수로 양켠에 뻗어 있는 긴 산책로를 찾아라. 학생이 드문 캠퍼스의 한적한 곳도 괜찮다. 이제 책을 펴고-단, 코팅이 된 두꺼운 종이로 된 책은 눈이 부실 수 있으니 피하도록-조금 빠른 속도로 걸으며 천천히 문장을 음미하면서 읽는다. 책장 위로 느티나무 잎사귀의 투명한 그림자가 흑백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종이 위에서 어른거리다 사라질 것이고 귓바퀴 위로는 휘파람 불고픈 봄바람이 스칠 것이고 발바닥에는 책의 남자주인공이 서성이고 있는 거리가 그대로 그대의 엄지발가락 말초신경을 통해 아릿하게 전해 올 것이다. 그러다 이빨에 뭔가 낀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면 혓바닥으로 그 사이를 비죽비죽 건드려 본 다음 외진 곳에 가서 침을 뱉어라. 그 침에 하얀 'ㅑ'가 있을게다. 책을 천천히 읽지 않고 급하게 읽은 사람에겐 으레 일어나는 일로 제대로 씹히지 않은 단어가 자음 모음 분해되어 넘어가다 모음 하나가 어금니와 송곳니 사이에 낀 걸테니까. 뭐 어디까지나 이것도 센소라마의 일부다. (2009, 봄)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아

눈 떠보니 기성 세대로 불리는 나이의 문턱에 와 있었다. 기성세대는 반골 성향을 가진 이를 좋아 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실과 모두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전제에 대해 그거 진짜 맞아, 하고 의심하며 따지는 기질의 이는 상대하기 (심지어 그런 자기 자신마저도) 피곤하고, 나이 들수록 좋은 게 좋은 거지가 익숙한 삶의 자세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반골이 타고난 성향이고, 그것이 진지한 고민 끝의 행동과 말이라면 그를 싫어할 수 없다. 대학원에 처음 입학 했을 때 한 출중한 선배가 오랜만에 의심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그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학원 교육 한 마디였다. 


오래 전 스크랩해 둔 두 개의 글을 붙여놓고 이따금 들여다본다.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 도움 될 글이지 않을까하여.  

(2010 - 2023 가을)  

방향  

이십억 년 보다 더 이전, 세포의 긴 진화 과정 동안 진핵세포 내 소기관들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와 기능들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증거를 모으고 나름의 모델을 스케치해보는 게 제 연구의 끝 부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은 꽤 길 것 같고, 그래서 어려운 관찰을 가능하게 할 특수화된 현미경 및 새로운 분석기술의 개발이 동시대에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 단기적 연구목표로는 세포 소기관에 대한 지금의 몇 가지 호기심 1) 소포체의 막 지질 흐름이 어떻게 핵막과 연결된 경계면에서 조절되고 핵막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2) 근육 및 지방 세포의 분화시기에 세포 소기관들의 모양 및 기능이 어떻게 재설정 되는지, 3) 노화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의 적응 상황에서 세포 소기관의 형태 및 그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을 풀어나가면서 연구 실력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긴 호흡으로 가져가고 싶은 연구 질문은 앞에 적은 대로 진핵세포의 세포 소기관이 긴 생명의 역사시간동안 어떻게 진화해 왔냐는 것입니다. 어렴풋하나마, 이를 위해서 진핵 단세포 원생동물들을 비교생물학 관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일 세포 수준으로 지금의 단순한 형태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크기에, 아마도 과거 어느 시점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를 선택했던 일부 단세포 원생생물들이 가지고 있었던 세포소기관의 흔적들을 이들은 여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존하는 이들 단세포 원생생물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어떻게 과거 조상세포의 세포소기관들의 모양 및 기능이 전환, 혹은 소멸 또는 생성되었을지를 추측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참고로, 아래 링크에서 재밌는 단세포 원생동물 친구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journeytomicro . 그리고 아무 곳에서나 고인 물을 떠오면 기본적인 일반 광학현미경을 통해서도 이들을 쉽게 관찰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 과학자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적 연구단을 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 원생동물들을 분류, 배양, 및 모델 시스템으로 만드는 연구팀; 2) 전체 유전체를 비교 분석하여, (특히 세포소기관 막단백질 유전자들), 이들의 계통을 연구하는 유전체 계통 연구팀; 3) 이들의 특수한 세포소기관을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 하고 관찰하여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전자 및 광학현미경 개발 연구팀, 그리고 새로운 형광단백질 및 형광시료 개발 연구팀; 4) 빛을 이용해 현미경 아래서 수 나노미터 수준에서 세포소기관들을 화학적으로 분류 표지 한 후 이를 질량분석을 통해 각 소기관들의 단백질과 지질의 특성을 밝히는 도구 개발 연구팀. 어쩌면 실생활과 거리가 먼 기초연구라 연구비 수탁이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잘 연구되지 않았던 작은 생명체들을 연구하는 일인만큼 그들의 놀라운 새로운 생명 시스템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3), 4)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과학산업에 유용한 응용기술을 함께 부가적으로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연구단의 중요성, 잠재성을 훗날 설득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 겨울, 포스닥이 끝가갈 때즈음)


오월의 바람 

여관에서 눈을 뜨니 아저씨 두 분 모두 자고 있었다. 천장을 보고 누워 있으니 건물 밖 참새 무리들이 밤사이 밭에 떨어진 별들을 쪼아 먹는지 시끄럽다. 오월이 지나간다. 그 사이 여기저기 다녔다. 오대산, 지리산, 치악산, 홍도, 흑산도, 홍천, 춘천, 설악산 등. 시간과 공간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궁금했다. 시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물질일까. 시간이 멈추면 공간도 없는 것일까. 과학적 호기심의 대상으로써 뿐아니라 시간은 마음을 살피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왜 슬플까. 먼지 쌓인 옛 물건을 찾으면 왜 가슴 뭉클해질까. 군시절 모습을 떠올리면 그때의 건강함이 그리워질까. 소싯적 부모님과 누나들과 보낸 시간은 모두 어디로 숨어든 걸까. 


삶은 다양한 맛이다. 한 때의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맛이 되기도 한다. 막걸리가 시큼한 식초가 되거나, 떫은 감이 달콤한 홍시가 되는 것처럼. 친구는 나에게 좋은 취미를 많이 가지라고 했다. 글을 쓰겠다. 이건 돈이 많이 들지 않으니 가장 좋은 취미다. 나중에 피아노나 기타를 배우겠다. 취미로 곡을 쓰고 작사도 넣어 같이 즐겁게 노래하겠다. 좀더 여유가 생기면 합창단이나 협주회 활동도 하겠다. 돈을 좀더 벌면, 라디오 방송국에서 쓰는 레코더 기기를 사겠다. 그래서 음악과 이야기가 있는 작품활동도 하겠다. 게다가 괜찮은 카메라 한 대와 쓸만한 편집기도 하나 사겠다. 짧은 다큐를 만들겠다. 스왈로브스키 쌍안경을 사서 새구경을 다니겠다. 오프로드를 잘 달릴 수 있는 차량을 가지고 전국 여기 저기 산천으로 가겠다. 새도감을 펼쳐놓고 쌍안경으로 탐조를 하겠다. 루페 하나도 옆에 차고 다니면서 거기서 작은 곤충, 식물도 관찰하겠다. 패러글라이딩도 하겠다. 나는 바람이 좋다. 큰새는 날개짓으로 날기보다 바람을 탄다. 나도 새처럼 바람을 타고 싶다. 나중에 나이들어 절에 들어가 스님과 함께 지내며 행자 생활도 하겠다. (2010, 봄)

질문과 가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큰 영감을 주었다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과학적 가설은 상식과 상충되어야만 품위와 흥미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학위과정부터 박사후연구원으로 이어진 긴 훈련 과정동안 곱씹었던건, 좋은 질문과 창의적 가설이 만들어 지는-그래서 연구과정이 재밌어지는-사고의 패턴을 정리해놓으면 좋겠다 싶었다. 참고로 아래의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고 과학을 추구하는 지향점은 저마다 다를 수 있어, 어떤 이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구체적 예시는 글을 지루하게 만들수 있어 생략하지만 각자가 본인만의 예시를 가지고 나름의 방식대로 시도해보면 좋겠다. 


은유와 비유의 표현을 빌려서 관찰사실을 고찰해볼 때 본인이 연구 중인 생명 현상의 의미가 새롭게 보일 때가 많았다. 사람사는 세상에는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도구와 시스템과 그것을 유지 시키는 규칙들이 존재한다. 어떤 목적으로 저런 모양으로 만들어졌는지, 저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는 무엇인지를 상식수준에서 생각해보고 그것을 본인이 관찰 중인 생명현상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의 순서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질문들간의 계층을 파악하는 것을 습관화 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으로 자신의 연구 방향을 재설정 할 수도 있다. 실험실에서의 하루 하루는 작은 가설들을 테스트 하는 날들로 채워진다. 작은 질문들에 지쳐있다면, 하루는 그것의 바로 위 상위 질문 혹은 관련 개념은 무엇인지 순차적으로 올라가며 곱씹어 봄으로써 큰 틀에서 본인의 연구 방향이 어떤 중요한  생물학적 함의를 가진 발견이 될지를 상상해볼 수 있다. 출발이 어렵다면, 일반 생물학 교과서의 큰 목차와 그 아래 소주제 타이틀 (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개념적으로 분류해놓은 것이라는 것!)에 본인의 연구가 어떤 개념적 분류에 속할지 먼저 시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이상적으로는 본인이 만족할 만한 새로운 개념이 들어간 질문의 계층을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 좋은 연구는 낯선 시선으로 현상을 재해석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제공하는 것들이다.


상관관계를 발견해내는 좋은 눈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하나의 사건에는 동시에 수반되는 여러 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개별 논문들에서 흩어져 보고되곤 하는데), 게중에 의외의 것들이 있는지 통합적으로 생각해보고 이로부터 둘 사이에 혹시 인과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주제가 아닌 다른 분야의 논문들도 두루 -초록이라도- 한 번씩 꾸준히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되는 거 같다.   


그 외에, 리뷰(종설)논문을 너무 많이, 꼼꼼히 읽는 것은 좋지 않(았)다. 이 주장은 대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읽었던 라몬 이 카할의 저서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라는 책에 나왔던 내용이었는데, 그 요지는 아마도 큰 틀만 보고 나머지는 본인의 상상으로 내용을 채우는 연습을 해보는 게 더 좋다, 라는 것이었다. 참고로 피터 메더워의 '젊은 과학자에게' 라는 제목이 비슷한 책도 있다. 그리고 어떤 새롭게 출판된 논문을 읽든, 본인이 흥미있어 하는 자신만의 질문과 프레임을 가지고 그 논문을 재해석하며 읽을 때 더 좋은 질문들이 나오곤 했다. (2011 봄~2023 가을)

이유

저의 지혜라기 보다 제가 대학원 과정 동안 직접 들었던, 혹은 읽었던, 그래서 과학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몇 마디 구절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1. 믿지 말고 웬만하면 다 의심 할 것. 출판된 논문도, 교수님 생각도, 전공 교과서도.

2. 스스로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들을 연구하는데 긴 시간을 쏟는 것은 그리 현명한 행동이 아닌 듯. 

3. 으뜸가는 과학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호기심에 하는 연구다. 버금가는 과학은 성과욕에 하는 연구다.

 

자신이 과학을 하는 것은 그저 ‘지적 유희’ 라고 아인슈타인은 그랬다는 데, 저에게도 연구를 하는 것의 의미가 얼만큼은 이 말이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감성적 이유가 저에게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학부 때 곤충채집을 열심히 다녔는데, 와중에 제 손에 잡혀 바둥거리다 찰나에 알코올 속에서 생의 마감을 보여주곤 했던 그 작은 벌레들을 자세히 관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술통에 빠진 벌레들은 가라앉는 동안 가부좌 틀고 합장 한 채 말합니다.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산다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가, 라는 사춘기적 질문과 함께 나의 기원에 대해 곱씹는 일들이 이따금 생명 연구 언저리에 붙어 있도록 저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라고 말입니다.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지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생명과학자로서 가지고 갈, 그리고 추구할 큰 질문은 요것 하나 입니다. “생명의 역사 동안 자연선택압이 작용할 때, 생존우위를 가능케 한 ‘기능적 전략’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었겠는가?”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생명과학 고등교육 (대학교, 대학원)을 그 동안 받으면서 느낀 아쉬움에 대해, 그래서 이런 방향으로 앞으로 교육정책, 학과 발전이 이루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소고를 몇 자 끼적이고 싶습니다. 모든 기초생물 교육/연구의 밑바탕에 ‘진화’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물학은 오랜 시간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그들이 만들어 놓은 도구적 장치들을 재발견하는 역사학, 고증학과 같은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화에 대해 곱씹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선 생물들이 어떠한 선택, 어떠한 장치를 발명했을까를 사색하게 하고 연구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학부 교육 동안이라도 좀더 거시적인 생명 현상을 더 많이 경험하게 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2학년 때부터 집중되는 분자수준의 환원적 생물학 교육은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과학적 호기심, 관찰력, 상상력, 직관력을 키우는데 크게 방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향후 우리나라 혹은 세계 생명과학이 어디로 발을 디뎌 나아가야 할까를 두루뭉실하게(?) 언급해보고 싶습니다. 1950년 대 즈음 이후로 영국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LMB)에서 막스 페루츠, 왓슨, 크릭, 시드니 브레너 등에 의해 주도되었던 분자생물학과 분자신경생물학의 태동 과정을 일전에 책에서 읽고 매우 상기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각자가 흥미를 느끼는 과학적 질문을 추구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과학자에게 중요한 일이지만, 어떤 큰 연구기관을 이끌거나 하는 기관장의 자리에 계신 분들은 장기적 안목으로 향후 20여년 후에 어떠한 분야의 과학적 지식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인가를 내다보고, 이것과 관련한 과학자를 육성하고 초빙하여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생명과학은 세포분자생물학, 신경생물학, 면역학, 미생물학 등으로 세분화되어 집중 성장해왔고 아직도 여전히 새로운 발견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포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명체는 과거에도 지금도 기실 늘 ‘생태학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떤 박테리아는 실험실 아가 플레이트 하나를 독차지하며 번성해 온 게 아니라, 실제 자연의 흙 속에서 수 많은 다른 종들의 박테리아들과 경쟁 협력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전략을 찾아 왔을 것입니다. 그것은 미생물 뿐만 아니라 거시생물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실험실 ‘안에서’ 찾은 지식들이 실제 ‘바깥에서’ 좀더 복잡한 생태학적인 관계에 놓였을 때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할 지는 그리하여 위협에 처하게 됩니다. 거시 생태학적 지식은 실험실에서 구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분자생물학에서 늘 멀리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아웃도어 생태학을 인도어 실험실로 불러오는 과학이 태동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model organism을 모색하는 게 앞으로 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2017, 여름, 박사과정이 끝날 즈음)

이런 랩 어때

훗날 나의 랩을 열게 된다면 이런걸 하면 좋겠다, 혹은 이렇게 해야지 하던 몇가지 것들이 있었다. 물론 상상속에선 좋아보였는데 실제에선 도움이 될지, 역효과가 날지 어떨지 모르겠다. 시도해보고 비효율적이면 바꾸거나 안해도 되는 것들이다.  


1. 이상한 관찰대회

일년에 두 번, 예를 들어 6월 첫째주 월요일과 12월 첫째주 월요일 랩미팅 때, 본인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직접 상관은 없지만 오래전 어디에 짜부쳐 둔 해석하지 못한 세포소기관의 신기한 현미경 관찰 이미지나 웨스턴블롯 데이타를 꺼내와서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포스닥 때 라이브 이미징이든 고정 염색한 샘플이든 세포 소기관을 관찰 하다보면 매우 요상해서 흥미도 가지만, 당시의 우선순위인 연구 주제와 관련이 없어서 프로젝트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머릿 속에는 계속 남아 있어, 관련되어 있을만한 논문들을 찾아보며 호기심을 유지했던 것들도 있었다. 혹시 이게 매우 중요한 발견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면서 말이다. 이런 것들을 랩사람들과 오픈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를 주기적으로 가져보는 랩 문화를 만들면 어떨까했다. 외향적 성향을 가진 친구들은 밥 먹으면서 이런 것들을 주변 동료들과 적극 토론하기도 하지만, 조금 조용한 성격의 친구들은 멍석이 충분히 깔렸을 때 오히려 그 세심한 관찰과 질문 능력을 적극 밖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돌아가면서 자신의 기묘한 관찰을 보여주고, 다른 이들도 혹시 비슷한 현상을 본적이 있는지, 이 관찰에 어떤 중요한 질문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자유롭게 제한된 시간 안에서 설명하거나 토론을 한다. 이런 공유의 시간 끝에는 가장 흥미로운 영상 및 이미지를 보여준 사람과 가장 흥미로운 질문 또는 가설을 제시한 한 사람에게 투표해서 작은 상도 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물론 이 중에서 신선한 프로젝트로 발전 시킬만한 것을 찾는 게 이 과정의 나의 주된 목적이기도 하다. 


2. 연말 저널클럽 

언제 연구적으로 많은 교훈과 영감을 받았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보면, 저널클럽 발표 때마다였던거 같다. 발표가 두 달 정도 남아있을 때부터 미리 어떤 논문을 발표할지 심사숙고해서 선정작업에 들어간다. 본인이 하고 있는 주제나 랩의 연구 주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들을 고르려 했다. 이 의무적(?) 발표를 핑계삼아, 다른 분야 주제의 논문을 충분히 정독해가며 읽음으로써 새로운 질문과 지식을 넓히고, 비판적 관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엔 peer review 파일도 오픈하는 저널이 많기 때문에 발표 준비과정 동안 이것들도 모두 꼼꼼히 읽어본다. 논문을 고를 때는, 그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과학적 질문을 다루고 있고 기존의 상식과 상충되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지, 실험 결과들은 시각적으로 훌륭하고 읽기 쉬운지, 실험 기법 측면에서는 기존 기술도 충분히 쓰면서 어떤 한 두개 새로운 테크닉이 잘 조화된 것인지-그래서 나도 추후에 필요시 시도해 볼 만한 것인지- 등을 살핀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유명한 저널이면 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보통 발표 전까지 세 번 정도 정독을 한다. 딴지 걸만한 것은 없는지를 프린트 한 논문 여백에 빼곡히 의심되는 질문들을 계속 적으면서, 인용된 관련 레퍼런스도 꼼곰히 체크 하고 리뷰논문도 찾아 읽어 본다. 많은 데이타 중 어떤 결과들이 논문 각 피겨들의 핵심인지 추려내 본다. 논문 타이틀은 얼마나 간결하면서 아름다운지, 초록과 인트로덕션은 논리적이면서 논문 전체의 흐름을 잘 관통하도록 순차적으로 잘 쓰여졌는지를 단락별로 요약해보며 살핀다. 이렇게 전체를 꼼꼼히 곱씹어 보고나면, 그리고 그것이 완결성이 높은 훌륭한 논문이었다면, 귀가길에는 그 논문 저자의 핵심 질문과 전체 입증 논리가 내 머리 속에도 자연스럽게 피겨순서와 함께 그려진다. 이후 랩원들을 위한 발표 슬라이드를 준비하는 단계에선, 이 피겨는 굳이 여기에 올 필요가 없고 뒤로 빠지는 게 논리적으로 더 좋아 보이는 데, 혹은 이런 데이타가 있어야 좀더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 이 해석은 상관관계를 마치 인과관계인 것처럼 글을 써서 독자를 호도하는 부분이네, 와 같은 것들이 더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이 과정 모두에서 본인 자신의 연구를 곱씹게 되고, 발표할 저널의 어떤 부분을 따라해보며 본인의 것을 개선 시킬지와 같이, 하나의 훌륭한 비교 대상을 두게 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른다. 정리하면, 그해 연말 마지막 연구실 미팅 때는 각자의 랩 일년 생활을 간단히 소회하는 발표 자리를 가지면서, 더불어 각자 일년 동안 읽었던 논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논문 딱 하나를 선정해서 그 이유를 랩원들에게 간단히 설명해주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싶다. 그 중 베스트 저널클럽 논문을 투표해서, 그 사람에게 그 자신의 논문도 내년 혹은 내후년 그만큼 멋진 논문으로 출판되기를 응원해주면서 작은 선물도 함께 주면 어떨까.

  

3. 신입생 퀘스트

신입생이 들어오면 랩에서 매우 자주하는 기초 실험들을 테크닉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두 세달 코스로 랩 실험 커리큘럼을 잘 짜놔야겠다. 각 단계별 퀘스트를 성공해야만 다음 단계 실험 기법을 배울 수 있도록 재밌게 해놔야겠다. 예를 들어, 1. 무엇이든 만들어요, 클로닝 마스터 되기, 2. 웨스턴블롯 및 모든 세포 소기관 면역염색 능통하기, 3. 광학현미경으로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멤브레인 콘택사이트 부위를 200nm 해상도와 50nm 해상도에서 실시간 혹은 고정 샘플에서 촬영하기, 4. 픽셀, 분해능, 현미경과 카메라, 레이저, 형광 단백질, 바이오 이미지 등에 대한 기본 지식 퀴즈, 5. 복잡한 구조의 세포소기관 바이오이미지를 분석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짜기, 6. 클로닝에서 시작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이용한 새로운 세포주 제작 8일만에 끝내기, 7. Knock In, Knock Out 세포주 만들기, 8. AI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자주 쓰는 기능 단축키 외워서 퀴즈 및 실전 데이타 정리 테스트-정해진 랩 컬러코드 따르기, 9. Biorender 웹프로그램을 통해 구술로 묘사된 하나의 모델을 본인만의 그림으로 시각화 시키기, 10. 데이타 폴더 위계질서 만들어 관리하기, 등등. 모두 재미난 퀘스트가 될 것이고 같이 들어온 신입생들간에 건전한 경쟁을 유발하는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 상상해본다.


4. 사소한 룰

랩미팅 때 나는 가급적 뒤에 앉아서 나의 의견을 아끼려고 한다. 학생들 서로간에 아주 사소한 테크닉 관련한 질문부터, 실험셋에 적절한 대조군이 없다는 등과 같은 때론 공격적이고 비판적 논의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내가 한 발 물러나 있는게 좋겠다고 예전부터 생각했다.   


매해 봄 5월 셋째주 월요일, 매해 늦가을 11월 셋째주 월요일 랩미팅 후에는 꼭 다같이 단체 사진을 연구실 앞이나 단과대 앞에서 정례적으로 단체 사진과 영상을 찍어 시간과 얼굴들을 기록해놓고 싶다. 25년 시간이 쌓여 다큐멘터리가 되었으면 한다.  (2023, 겨울)  


풀무 

주중에 한번 풀무 동산에 오를때면 그 상쾌한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종종 정상에서 약주도 한 잔 '이상'씩 마셨다. 풀무 동산은 그리 높지 않아서 동네 할머니, 어머님들도 많이 올라오신다. 그곳에서 그분들과 수다도 떤다. 그리고 또한 이 동산을 오르는 사람들 중에는 젊은이들도 있다. 이 사람들도 역시 나처럼 비슷한 이유로 여길 오는 것 같아보였다. 그리고 이 젊은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같이 동산에 다같이 모여 둘러 앉아 이야기도 나눈다. 1년 여동안 부지런히, 잠시 쉰적도 있지만, 이 풀무 동산을 매주 올랐다. 동산을 오르면서 꾸준히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정이 있었는지 다시 이 동산에 오는 걸 보지 못해 아쉬운 얼굴도 많이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나 좋은 인연을 맺었던 어머님, 할머님들, 그리고 좋은 젊은이들. 잠시 다른 곳에 있을 거지만, 내 마음만은 동산 가장 높은 곳에 붙여놓고 가려한다. 그럼 마지막으로 풀무 동산, 풀무야학! 잠시만 안녕. (2005, 겨울)

낯설은 낯설고 낯설게

연구하다가 슬럼프 같은 정체기가 오기도 했다. 어떤 것도 흥미롭지 않고, 새로운 질문도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땐 그냥 별 생각이 필요없는 루틴에 잡힌 일들만 처리하고, 연구와 상관없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몰아서 보곤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 이것들도 지루해진다. 이때부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연구하고 있나, 하고 슬며시 기웃거려본다. 퍼브메드에서 주기적으로 오는 평소 등록해두었던 키워드 관련 알림 메일로부터 새롭게 나온 논문들의 제목과 초록을 훑으면서 이 연구들이 평소 내가 세워놓은 연구 주제 개념 계층에 어디 쯤 속하는지 서랍장에 양말, 속옷, 티셔츠를 구분하여 넣듯 하나씩 분류해보고 끼워넣어 보기도 한다. 별 볼 것 없는 맨날 걷는 산책로를 메모지와 펜 하나 들고, 새벽이나 저녁에 한두 시간 가량 걸으면서 무엇이 진짜 중요하지, 어떤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지, 무의식에 떨어져 있던 생각들을 길어올려 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많은 것들이 낯설어진다면, 그 때부터 다시 연구가 기분좋게 시작된다. (2023 가을)       

기능 전환

벽에 못을 박아야 되는데 망치가 없다면, 하지만 큰 펜치 하나는 있다면? 자취 할 때 펜치 대가리의 쇠뭉치 부위로 벽에 못을 박은 적이 있다. 애초에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 졌을 수 있으나, 그 기능은 상황에 따라 변용될 수 있다. 이러한 기능 전환은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흔히 일어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상상해보는 과정은 흥미롭다. (2016, 가을)

잔소리

새로운 실험을 할때 으레 경험있는 선배에게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연구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혹은 논문들에 나와있는 여러 프로토콜을 알아서 섭렵한 후 자신만의 프로토콜로 변형 후 스스로 새로운 실험을 자꾸 시도하게 된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 스텝이 꼭 필요할까 의심되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한 버전을 직접 테스트 해보며, 프로토콜의 불필요한 스텝을 지워나갈 수도 있다. 점점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인다. 


하지만, 고가의 장비를 다루거나 위험한 물질을 다룰 때는 반드시 주의를 요해야 한다. 군대 생활 할 때 배운 문장이 여기에 딱이다. 이렇게 해도 될까 걱정이 되는 것은 반드시 주변 선임(배)에게 물어보는 게 상책이고, 이걸 해야 될까 싶은 것은 미루지 말고 스스로 처리해라는 것이다. 특히 고가의 공동 장비(가령 고해상도 현미경)을 다룰 때, 장비 다루는 게 숙달되지 않았다면 몇번이고 주변에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 (2023, 겨울)


클로닝

발로도 해야 되는 게 클로닝(유전자재조합)이라고 대학원과정 때 들었다. 매우 기본적인 분자생물학 도구라는 의미다. 그래서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을 중심으로 하는 실험실에서 클로닝을 하는 일은 매우 잦다. 아침 눈뜨며, 이렇게 디자인된 재조합 발현 벡터가 필요하겠네, 라는 생각이 들면 몇일 안에 그것을 뚝딱 만들고 바로 가설을 확인할 수 있는 테크닉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본인의 프로젝트가 수월하게 돌아간다. 클로닝이 막히면 안된다. 기초적인 실험들이 안정적으로 잘 돌아가야, 이후 가끔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까다롭고 어려운 실험들에 자신의 힘과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석과과정이 끝나갈 때 클로닝은 다 배웠군, 이라며 처음 우쭐했다. 하지만 박사과정에 들어가서는 지노믹디엔에이나 씨디엔에이를 사용한 클로닝부터 다양한 트릭을 사용한 클로닝도 더 익히게 되면서 아직 배울게 남았군, 싶었다. 포스닥을 하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기법도 쓰게 되고 작지만 중요한 노하우도 쌓이게 되었다. 그런 것들을 아래에 조금 정리해놓고자 했다. 물론 클로닝에는 다양한 기법이 있고, 또 새로운 기법도 계속 개발되어 나오기 때문에 아래 내가 기술한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합성생물학을 하시는 쪽이나 클로닝 경험이 많은 분들이 보기에 따라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을 텐데하는 것들도 보일 것이니 여기 기술된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고 봤으면 좋겠다. 편이상 영어와 한글 용어를 마구 혼재 기술할 것이라 다소 정돈되지 못한 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각 용어나 기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데 구글에 검색해보면 그에 대한 설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클로닝은 크게 세 단계에서 이뤄진다.

첫째, 디자인 및 시뮬레이션 인실리코 작업 (가장 중요)

둘째, 프라이머 주문 및 실제 클로닝

셋째, 시퀀싱 및 발현확인. 


실제 클로닝 작업에서는, 인서트를 조합해 벡터에 집어 넣는 매우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피씨알을 사용하여 원하는 부위를 떠낸 후 제한효소를 사용하여 붙여넣는 법, 100bp 미안의 작은 인서트일 경우 올리고 어닐링을 하여 집어 넣는 법,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을 사용해서 조각들을 합쳐 넣는 법, 하이파이(구, 깁슨) 어셈블리를 통해서 조합해 넣는 법, 인버스 피씨알을 통해서 딜리션뮤테이션이나 포인트뮤테이션을 하는 법, 게이트웨이를 사용하는 방법 등등 다양하다. 아래 예시에선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과 하이파이 어셈블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하여 설명을 이어가겠다.


1. 우선 어떤 형태의 것(인서트)이 최종 발현되기를 희망하는지 적어본다. 예를 들어 V5tag-DNAfragmentA-p2A-DNAfragmentB-RigidLinker-HaloTag 이런식으로 순서대로 작성한다. 그리고 워드 창을 열고 각각의 디엔에이 시퀀스를 순서대로 붙여넣는다. 당연히 스탑코돈 뺄 부위, 넣어야 할 부위를 다듬고, 필요시 앞에 코작 시퀀스 등을 넣어주며, 코돈 프레임이 맞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물론 마지막 단계에서 스냅진을 통해 아미노산 서열이 다 맞아 떨어지는 지 재확인 할 것이다.


2. 위에서 발현 될 인서트 부위를 디자인했다면, 다음으로 발현시킬 벡터를 고른다. 개인적으로는 트렌지언트 발현을 돕는 피씨디엔에 같은 벡터보다, 독시 인듀서블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선호한다. 선택한 벡터 전체의 시퀀스를 워드 파일에 붙여 넣는다. 


3. 그 다음 벡터 전체 시퀀스 맵을 스냅진 프로그램에서 열어서  벡터 내 발현 프로모터 뒤 멀티플클로닝사이트, 즉 제한 효소로 자를 수 있는 부위가 있는지 확인한다. 참고로 제한효소만을 이용하여 붙여넣기하는 클로닝을 한다면 이 제한효소 부위가 인서트 디엔에이 시퀀스 부위를 자르진 않는지 별도로 스냅진에서 시퀀스를 열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하이파이 에셈블리를 쓴다면 고려할 필요가 없다. 워드 파일로 돌아와 벡터 시퀀스에서 제한 효소로 자를 부위 한군데 혹은 두 군데를 찾고, 그 잘린 사이에 앞에 디자인 해두었던 인서트 디엔에이 시퀀스를 다시 붙여넣기 한다. 본인의 기호에 따라 이 인서트 양 끝에 제한 효소 부위를 살릴 수도 있고 없앨 수도 있다. 제한 효소만을 사용하여 붙여넣기 하는 클로닝을 한다면 Compatible Cohesive Ends and Generation of New Restriction Sites 이런 것들을 참조하면 어떻게 한쪽 부위는 제한효소를 살리고 반대쪽은 날려버릴 지와 같은 작은 트릭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하이파이 어셈블리는 10bp 정도까지의 미스매치되는 끝 부위는 알아서 제거한 후 이어 붙이는 기능도 있다.


4. 위 워드 파일에서 전체 벡터와 그 사이에 집어넣은 인서트 시퀀스가 나왔다면, 새롭게 완성된 이 전체 벡터의 시퀀스를 카피하여 스냅진에서 열어본다. 스냅진이 자동으로 이미 알려진 디엔에이 부위-예를 들어 V5tag, p2A, HaloTag-은 자동으로 인지한 후 맵을 그려 줄것이다. 다음, 이 맵에서 본인이 삽입한 인서트 부위를 찾아 스냅진의 기능을 사용해 프로모터 이후 시작 코톤부터 오픈리딩프레임이 모두 맞아떨어져 원하는 단백질 아미노산 시퀀스가 나오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한효소 종류에 따라 프레임이 어긋나게 잘리는 것이 있는 데 이럴 땐 인서트의 필요한 부위에 염기 한 두개를 추가해줘서 전체의 프레임을 정렬해줘야 한다. 인실리코로 완성된 스냅진 파일의 새로운 벡터맵은 저장해놓는다.


5. 위의 맵을 열어넣고, 이제 인서트를 만들기 위한 프라이머를 디자인 한다.

위 예시의 V5tag은 염기서열이 길지 않으니 DNAfragmentA를 피씨알 해서 떠낼 때 쓸 포워드 프라이머의 5' 엔드에 오버행으로 달아버리는 것으로 한다. 올리고 합성을 해주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150bp 합성까지는 기본 올리고 합성으로 해주니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하이파이 어셈블리를 할 것이니 위의 5' 엔드에 추가로 벡터와 겹쳐지게 25bp 정도를 더 달아버린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DNAfragmentA 를 떠낼 리버스 프라이머를 만든다. 프라이머가 피씨알 단계에서 실제로 디엔에이와 처음에 붙는 부위가 20bp 정도고 붙지 못하는 오버행이 100bp가 넘어도 보통의 경우 큰 문제 없이 피씨알은 잘 진행된다 (다만 cDNA, gDNA 등을 사용할 때는 긴 오버행이 문제가 될 때가 있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V5tag-DNAfragmentA / p2A-DNAfragmentB / RigidLinker-HaloTag 이렇게 나눈 세개의 조각을 만들 프라이머 세쌍을 제작한다. 하이파이 어셈블리나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을 할 것이기 때문에 위 프라이머 쌍을 통해 만들어진 피씨알 결과물은 서로 최소 25bp 이상의 오버랩이 있도록 제작한다. 필요시 40bp까지 오버랩을 늘린 적도 있었고, 덕분에 잘 된 적도 있다. 참고로 프라이머 제작을 위해 NEB등에서 제공하는 어셈블리 프로그램이나 스냅진이 제공하는 특수 기능을 쓸 필요는 없고, 그냥 열어논 맵에서 겹치는 부위가 발생하는 구간을 포함한 시퀀스를 그냥 프라이머로 결정하면 된다. 어닐링 온도, GC값등 여러 고려변수로 나오는 것들은 그냥 무시해도 일단은 좋다. 한편 클래식하게 PCR 프로덕트를 제한효소로 잘라서 붙이는 것으로 가려면 프라이머를 주문시 제한효소 시퀀스 앞에 제한효소가 붙을 수 있는 오버행이 몇개 꼭 추가 되야한다. 나는 디폴트로 tttt, aaaa 이렇게 각각의 두 프라이머에 단다(박사과정 때 클로닝은 그냥 늘 하던 것이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하다가, 이걸 넣는 걸 깜빡하고 실험을 하다 몇 주 클로닝이 안되서 고생한 적이 있고, 실수를 알고는 이런 스스로 바보야 한 경험이 있다)


6. 프라이머가 도착하고 나면 이제 피씨알을 한다. 참고로 위 처럼 복잡한 재조합이 아닌, 다른 벡터에서 제한효소로 간단히 인서트를 꺼내 손 쉽게 다른 벡터에 넣고 붙일 수 있는 경우라면 굳이 피씨알을 통해 인서트를 얻을 필요가 없다. 실험은 변수와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조건에서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단계만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라면 고전적인 방식이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늘 좋다. 


7. 피씨알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항상 디폴트로 하는 조건과 경험적으로 얻은 몇가지 주의 할만한 것들을 적어보면. 

일단 포스닥 때 랩에서는 써모피셔 회사의 프루프리딩 기능이 있는 퓨전(Phusion) 디엔에이 폴리머레이즈 엔자임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50ul 리액션에 5x 버퍼 10ul,  2.5mM dNTP 를 4ul, 10mM F/R 프라이머 각각 0.5ul, template 5ng, dmso 2ul, phusion 0.5ul하고 나머진 물로 채웠다. 편의를 위해 F/R 프라이머를 미리 섞어 두고 쓰면 종종 문제가 될 때가 있으니 항상 따로 보관하고 따로 넣어준다. 그리고 어닐링 온도는 항상 60도를 디폴트로 하고 20초를 보통 준다. 석사 땐 프라이머에 따라 이 온도 값을 달리 해가며 피씨알을 하곤 했는데 그럴 필요가 굳이 없었다. 60도에, 4-5% DMSO넣은 조건에서 왠만하면 다 잘 되었다. 만약 피씨알이 잘 안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조치는 폴리머레이즈 엔자임을 바꿔본다. NEB의 Q5가 더 복잡하고 긴 구조 (11 kbps)의 피씨알 디엔에이 합성에 효율이 더 좋았다. 참고로 플라스미드냐, 지노믹디엔에이냐, 씨디엔이냐 등 그 디엔에이의 삼차원적 구조와 특수한 시퀀스 배열에 따라 엔자임이 밀고가는 합성 효율이 달라 질 수 있으니 한 사이클당 익스텐션 시간을 늘려 볼 수도 있다. 또한 GC contents가 높은 부위가 있으면 이를 도와 주는 별도의 버퍼등도 있으니 써볼 수 있다. 그리고 프라이머의 농도도 살짝 높이거나 낮춰보면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 그리고 필요시 그레디언트 피씨알을 해서 어닐링 온도를 새롭게 잡을 때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여러 경험상 위의 디폴트 조건과 엔자임을 바꿔서도 안되면 다양한 트러블 슈팅을 하느라 시간을 쓰기 보다 가능하다면 새로운 전략을 짜서 새 프라이머를 제작하는 게 훨씬 시간적으로 빠를 때가 더 많았다.


7-1. 피씨알을 통해 세개의 조각이 나왔다면 이를 바로 하이파이 어셈블리를 통해 클로닝을 마무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숙련도가 부족하여, 이 어셈블리를 할때 벡터를 포함해 조각이 4개 이상으로 가게 되면 이어 붙인 부위에 한두개의 염기가 문제가 되거나 효율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그럴때마다 트러블 슈팅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게 아까워, 나중에는 한 두 스텝이 더 걸리더라도 좀더 확실한 방법인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로 세개를 하나로 다 이어 붙인다음 마지막에 하이파이 어셈블리로 끝내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일단 피씨알 프로덕트를 반드시 gel elution으로! 정확한 사이즈 부위를 클린업 한후, 서로 오버랩 (25-40b)이 되는 이 두 개의 조각을 5ng씩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을 위한 튜브에 템플레이트로 넣고, 하나로 합쳐졌을 때를 가정한 각 조각의 5' 엔드 포워드 프라이머 (처음에 썼었던 동일한 프라이머)와 다른 한조각의 3' 엔드 리버스 프라이머를 함께 썩어서 다시 피씨알을 하면 합쳐진게 나온다. 반복해서 한 번 더 하면 세 개가 다 합쳐진다. 요즘 폴리머레이즈가 1kb 합성에 15초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빨라서 스텝이 한 두개 늘어난 다고 전체 시간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또한 사서 쓰는 하이파이 어셈블리 2x 믹스쳐가 조금 가격이 나가기 때문에 여러 조각을 할 때는 전체 볼륨이 어쩔 수 없이 늘어나서 써야 되는 양이 많아져 돈이 더 든다. 하지만 위 익스텐션 방법을 사용해 결국 벡터와 하나의 인서트만를 합치는 하이파이 어셈블리 단계로 오게 되면, 나 같은 경우 보통 최종 4ul 리액션을 했기 때문에 하이파이 어셈블리 2x 믹스쳐를 2ul만 써도 되어서 시료에 드는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메뉴얼로 위 어셈블리 믹스쳐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 사서 쓰는 것에 비해 효율이 좋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을 통하는 방식이 결국엔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좀더 낫다고 판단했다.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은 기타 mutagenesis를 할 때도 다 유용하다. 가령 site directed mutagenesis을 할 때 보통 inverse pcr과 dpn1 을 사용한 quick mutagenesis 방식이 사용되는 데 도 쓰는 벡터의 크기가 10kb가 넘어가고 구조가 복잡하면 이 방식이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오버랩 익스텐션 피씨알을 쓰는 게 더 나을 때도 많다. 


7-2. 올리고 어닐링을 하는 것도 여기에 잠깐 기록해두면, 50ul 리액션에 100uM 포워드, 리버스 프라이머 각 1ul씩, 10x NEB Buffer 2 or T4 ligation Buffer 5ul, 그리고 나머지 물로 채운후, 피씨알에서 95도씨에서 7-10분해서 2차 구조를 풀어 준후 천천히 5분마다 5도씩 떨어지게 쿨다운 시키면된다. 


8. 백본 벡터의 경우 보통 2ug 정도를 제한효소로 자른다. 인서트의 경우 (피씨알 프로덕트든 혹은 그냥 다른 벡터에서 꺼낸 인서트든) 하이파이 어셈블리 경우가 아닌 제한 효소로 붙여넣기 할 경우 역시 자른다. 써머피셔의 패스트다이제스트 엔자임의 경우, 50ul 리액션에 엔자임 2ul를 디폴트로 넣고, 37도에서 10분 후 바로 80도씨에서 다시 10분 인엑티베이션 시켜준다. 이 회사 제품 경우 내가 주로 쓰던 벡터에 대해 10분이상 자르게 되면 종종 스타액티비티가 보여서 꼭 10분 내로 자르고 빨리 끝냈다. 그래도 워낙 효율이 좋아서 다 잘 잘렸다. 참고로, NEB의 HF 엔자임은 암만 오래 인큐베이션해도 스타액티비티도 없고 짧은 시간 잘라도 비슷한 효율이 나왔다. 필요에 따라 phosphatase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 NEB걸로 cut하고 바로 NEB의 퀵 CIP를 넣고 10분 후 다시 80도에서 heat inactivation 했다. 이상하게 써머피셔사의 새우 포스파테이제를 쓰면 늘 잘 안됐었다. 올리고 어닐링 한 것에서는 이런 포스파테이지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잘린 벡터에 포스페이트 그룹이 달려있기 때문에 추후 라이게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 간혹 벡터에 포스파테이즈를 처러하고, 다시 어닐드 올리고에 T4 PNK로 포스포릴레이션 시키는 작업을 하는 경우를 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석사 박사 포스닥 모두 다른 랩에서 연구를 했었는데, 물론 그 연구실 환경에 따라 이런 엔자임 쓰는 종류도 달라지고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거기에 최적화된 리에이전트와 실험 조건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9. 접합을 시킬 차례다. 자른 것들 혹은 하이파이를 위한 피씨알 프로덕트의 경우 모두 gel elution으로 정확한 밴드 부위를 추출한다. 하이파이 어셈블리를 하는 경우, 앞에 기술 했듯, 고농도의 dna를 얻어야 전체 리액션에 필요한 엔자임 양을 아낄수 있기때문에, 마지막 일루션 단계에선 물을 10-12ul정도 조금만 넣는다. 이상적으로 60-80ng/ul의 농도의 벡터와 30-50ng/ul의 농도의 인서트를 얻는다. 하이파이 어셈블리 2x 마스터 믹스쳐를 사용하고, 리액션 프로토콜에는 20ul 반응을 위해 한 실험당 10ul의 믹스쳐를 쓰라고 하나, 그럴 필요가 없다. 나는 보통 벡터 70ng을 쓰고 (그래서 1 ul), 인서트는 크기에 따라 몰라 레시오가 달라질 수 있는데 200bp이하의 짧은 것이 아니면 1대 2 or 4 정도의 비율로 섞는다. 이때 보통 인서트도 1ul 든다. 그래서 하나의 프래그먼테를 합치는 걸 상정하면 하이파이 어셈블리 2x 마스터 믹스쳐는 2ul 만 있어도 된다 (그래서 4ul 리액션). 인서트가 200bp이하면 조금더 인서트의 양을 늘린다. 벡터 포함 프래그먼트가 3개의 경우도 비슷하게 하면 잘 된다. 4개가 넘어가면 개인적으로 효율이 좋지 못했는데, 자신의 경험이 부족해서 일수 있고 이걸 옵티마이제이션 시키는 데 굳이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하지만 합성 생물학 하는 분야의 분들은 이런 클로닝 테크닉에 대한 지식이 훨씬 더 많으실거라 생각이 든다. 여튼 이렇게 섞고 나서 50도에서 30분 하고 정도 처리하면 하이파이 어셈블리 리액션이 일어나고, 이중 절반만 트랜스포메이션 시키면된다.  한편 고전적 방식으로 제한효소를 통해 자른걸  T4 DNA ligase를 통해 접합을 시키는 것이면 15람다 리액션에 벡터 80ng, 인서트 사이즈가 2000bp 이하면  몰라레시오를 1대 10정도로 많이 가져가서 25도 (상온이 아니라, 정확히 25도에서 하도록 하는 습관을 가지자. 겨울과 여름의 상온이 넘 다르다)에서 1.5hr 반응시킨다(사실 경우에 따라 3분이면 되는 것도 있으나 안전히 충분히 시간을 주자). 인서트랑 벡터 사이즈 크기 차이가 크지 않을만큼 인서트가 크면 1대 3 레시오로가서 16도 라이게이션 오버나잇 시킨다. 어닐드 올리고를 사용한 것의 라이게이션 경우 그냥 벡터 60-80ng에 앞서 어닐링 시킨 올리고를 100분의 1로 다일루션 한후 이것의 1ul를 사용해서 동일한 방식으로 라이게이션 시킨다 (어닐링 시킨 올리고를 희석하지 않고 그냥 처음 고농도의 것을 1ul 사용하면 제대로 라이게이션이 안된다! ). 


10. 트렌스포메이션. 리엑션 된것의 절반 정도만 DH10a,  TOP10이든 콤피턴트 셀에 진행한다. 아이스 10-15분, 42도 45초, 아이스 2분, 리커버리 amp경우 최소 30분, kan경우 1시간. 그리고 스핀다운 후 스프레드한다. 주말이 껴 있으면 37도 인큐베이터 말고 낮은 온도의 인큐베이터나 22도 정도의 상온에 그냥 두고 가면 월요일에 잘 떠있다.


11. 하이파이 어셈블리의 경우 뜬 콜로니 거의 80-90프로가 잘 된것들이다. 어닐드 올리고의 경우도 그렇다. 셀프 라이게이션이랑 차이가 확실히 난다. 제한 효소로만 라이게이션 한 경우 벡터와 인서트 사이즈 차이가 컸던 경우는 셀프 벡터 온리 콘트롤과 콜로니 갯수의 차이가 확실히 난다. 하지만 인서트의 사이즈가 커서 라이게이션 효율이 좋지 못한 경우 꼭 셀프 콘트롤과의 콜로니 갯수 차이가 클로닝 성공의 결과를 대변하지는 대체로 않았다. 이경우는 차이를 무시하고 진행하면 그중 제대로 된것들이 확실히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12. 이중 올바른 콜로니를 어떻게 확인할 것이냐? 여러 방법이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콜로니 피씨알이 있겠고, 혹은 그냥 열개 내외의 콜로니를 이노큘레이션 해서 다음날 미니 프렙을 해서 insertion이 된것을 사이즈 증가나, 제한효소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고, 바로 시퀀싱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하이파이 어셈블리나 어닐등 올리고를 통한 클로닝 경우 보통 네 다섯개만 보내도 충분하다. 


콜로니 피씨알의 경우 프루프리딩 기능이 없는 지노타이핑등에 쓰는 저렴한 일반 taq 폴리머레이즈를 쓰면 된다. 15-20ul 리엑션에, 콜로니를 살짝 찍은 걸 각 pcr 튜브에 남궈서 흔들어주고, 살짝 파이페팅해서 콜로니 백업 플레이트를 만들어 놓으면 된다. 경험적으로 콜로니 피씨알이 잘 되는 경우는, 떠내려고 하는 부위가 500bp를 넘지 않는 경우에선 확실히 잘 됐다. 하지만 1000bp  넘는 것은 제대로 된적이 없었다 (이 경우 클로닝이 안된게 아니라 콜로니 피씨알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붙는 프라이머가 18-25bp같은 일반적인 사이즈면 잘 되는데, 프라이머가 50bp-100bp될 만큼 길면 또 콜로니 피씨알의 효율이 떨어졌다. 그리고 너무 큰 덩어리의 콜로니를 넣으면 안된다. 또한 피씨알 리액션을 할 때, 사이클을 들어가기 전, 처음 98도씨 인큐베이션 하는 단계의 타임을 5분이 아니라 15분을 해줘야 잘 됐다. 박테리아가 끓어서 dna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그런가 보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싸이클은 25싸이클을 넘기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네거티브 콘트롤 콜로니를 2개 포함 시켜서 피씨알을 한다. 왜냐하면 100-200bp 내외에선 가끔 논시피씨픽하게 아무 밴드나 박테리아 콜로니에서 피씨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지티브 콘트롤이 있으면 더 좋다. 콜로니 피씨알을 통해서 찾은 것은 미니 프렙을 위해 이노큘레이션을 하고 다음날 확실히 시퀀싱을 보내본다. 넘 궁금하면 시퀀싱을 보내면서 트랜스펙션도 진행해서 발현도 확인한다. 


13. 시퀀싱은 보통 회사마다 다를지도 모르는데 plasmid의 경우 (피씨알프로덕트나 지노믹디엔에이등은 또 다를수 있다) 일반적으로 1ug을 보내고, 프라이머는 10pmol 정도 같이 보내면 된다. 시퀀싱 결과는 스냅진 뷰어나 기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확인하면 되고, 가끔 원래 인실리코 디자인했던 거와 시퀀스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나왔더라도 실망하지 말로 시퀀싱 결과의 그 피크 부위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꼼꼼히 봐야 된다. 그리고 GGGGGGGGG처럼 하나의 염기가 반복되는 경우 시퀀싱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이런 부분도 유념하고 있어야 한다. 


14. 발현 확인까지 하고 나면, 그 완성된 클로닝 벡터의 박테리아는 25% 글리세롤이 함유된 스탁을 만들어서 -80도에 보관하고, 랩 데이타베이스에 인실리코 벡터맵 파일과 함께 저장을 해놓아서 다음 사람들도 정보를 쉽게 알고 응용해서 쓸수 있도록 해놓는다. (2023, 늦가을)


면역염색

IF, 혹은 ICC라고 영어로 줄여 불리는 면역염색은 세포생물학에서 거의 매주 하는 실험 중 하나다. 아래에 몇가지 경험적으로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놓고자 하는데, 물론 아래의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리고 잘못된 배경 설명도 있을 수 있다. 편이상 영어발음 그대로의 한글 용어와 영어를 혼재 기재하여 정돈되지 못한 글이지만, 읽는 데 어려움은 없으리라. 


개인 경험상, 면역염색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로 주로 작동했던 것들은 픽세이션 단계와 퍼미어블라이제이션 단계였다. 먼저 디폴트는 고정을 할때 4% PFA (optionally with 4% sucrose 이건 신경세포 같은 경우 픽세이션 중에 모양이 덜 변하게 도와준다)로 상온(20-25도)에서 15-20분 고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비에스로 워시를 하고 3% BSA 0.3% PBST (tritonx100)로 블락킹을 20분 한후 프라이머리 안티바디를 동일한 블락킹 솔루션에서 상온 1.5시간, 0.3% PBST로 워시하고 나서 다시 세컨더리 안티바디와 필요시 nuclei stain도 같이 한다. 그리고 워시 후 마운팅하면 끝. 


다만 경우에 따라 고정액을 바꾸기도 할 필요가 있다. 석사 때 중심체 관련 단백질의 안티바디의 경우 차가운 메탄올로 고정을 해야 깨끗하게 잘 염색이 되었다. 혹은 훨씬 고정이 빠른 글루타알데하이드를 조금 섞어줘야 할 때도 있다. PFA로 할 때 어떤 단백질에 대한 안티바디의 경우 온도와 시간이 매우 중요할 때도 있었다. 상온이 아닌, 37도로 충분히 데워진 4% PFA로 정확히 33분 동안, 37도씨 인큐베이터에서 고정이 되야 염색이 되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같은 조건이라도 정확히 8분만 딱 해야 아름답게 염색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알데하이드에 의해 고정 되는 속도나 정도에 따라 안티바디가 붙는 에피톱의 노출 정도가 화학적으로 달라지는 것일 거라고 추측하고만 있다. 한편 detergent 도 중요할 때가 있었다. 엔도멤브레인 시스템의 멤브레인 리피드를 인지하는 안티바디를 쓸 때는 매우 약하게 permeablization 시켜서 내부 멤브레인 구조가 망가지지 않게 해야 한다. 트리톤의 농도를 달리 갈 수 도있고, 디지토닌 혹은 사포닌 같은 콜레스테롤 정도만 영향 미치는 다른 디털전트를 사용하되 적절한 사용 농도를 찾아 최적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퍼미어빌라이제이션을 할 때 그 시간도 중요해서 정확시 5초나 10초만 해야 그 멤브레인리피드 상태를 유지시키면서 염색을 성공적으로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논문에서 검증된 안티바디로 면역염색을 하는데 본인 손에서 처음에 안된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이면 옵티마이제이션을 하는데 충분히 시간을 들여볼 필요가 있다. 때론 논문에 기재되지 않은 작은 디테일등이 실험 결과를 다르게 만들게 하기도 한다. 


세컨더리 안티바디의 어떤 fluophore dye달린 것을 쓸지는 늘 중요하다. 파장이 겹치지 않으면서 많은 것들을 봐야 할 경우 그렇다. 또는 약한 익사이테이션 레이저 파장에도 에미션되는 작은 시그널까지 디텍션 하려면 밝고 singal to noise가 적은 세컨더리 안티바디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고를 때 기본적으로 서로 떨어진 파장대의 것들을 고르면 좋다. 가량 gfp, far-red. 한편 알렉사 회사의 것들을 많이 쓰는데, 몇년 전 새로 나온 알렉사 플러스 버전이 훨씬 밝고 좋았다 (예, Goat anti-Mouse IgG (H+L) Highly Cross-Adsorbed Secondary Antibody, Alexa Fluor™ Plus 488). 한편, 형광단백질은 강한 레이저에 의해 블리칭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슈퍼레졸루션 현미경을 사용시), 상황에 따라 형광단백질을 인지하면서 fluophore가 달린 다른 항체로 다시 염색해줘서 현미경 관찰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Proteintech ChromoTek GFP-Booster Alexa Fluor™ 647). 이런 dye는 형광 단백질과 달리 블리칭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동일 종에서 만들어진 안티바디를 한 실험에서 써야 하더라도, 요즘엔 프라이머리 안티바디에 미리 형광 염색 dye 를 conjugation 시킬수 있는 질 좋은 상품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면 된다 (예, Proteintech, FlexAble logo Antibody Labeling Kits).  (2023, 겨울)

바이오이미지, 현미경 및 카메라, 데이타 관리 및 정리편, 세포배양, 일러스트레이션-컬러코드

정리해놓기 

베를린 

아웃리칭, 롱나이트사이언스위크, 테크니션, 작은차이 (문구류 완비)_정리해둘것